저도 유학을 11년간 다녀온 입장에서 주변 분들이 자녀 유학을 어느 시기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시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에게 자녀 혹은 본인 유학 상담도 많이 들어오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경험자 입장에서 제가 느낀 유학 최적의 시기를 공유드립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영어권 유학의 관점에서의 내용이고, 그 외 중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들은 잘 모른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영어 배우기가 목적이라면 어릴 때일수록 좋다.
아무래도 사람의 두뇌는 어릴수록 언어 학습에 유리합니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도화지 상태이기 때문이죠. 대학생보다는 고등학생이, 고등학생보다는 초등학생이 영어를 훨씬 더 빨리 배웁니다. 만약 자녀를 유학 보내는 목적이 단순이 어학연수라면 가능한 어릴 때 보내는 것이 맞기는 합니다. 다만 너무 짧은 기간을 유학 보내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주변에서 본 케이스 중 초등학교 1학년이 방학 동안 3개월가량 미국으로 온 경우를 봤는데 이제 막 영어가 익숙해질 때쯤 귀국해서 영어 학습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경우를 보았습니다. 최소 1년 이상, 한국인이 적고 영어에 노출이 많은 환경으로 유학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대학교 입학이 목적이라면 고등학교 1학년이 최적이다.
대부분의 한국 부모님들의 관심사는 자녀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때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유학 보내는 것이 제일 좋다고 감히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영어 능력 외에도 다른 이유가 존재합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의 내신 성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과후 활동이 대학 입시에 중요합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고등학생들을 보면 풋볼 (미식축구), 축구, 야구, 펜싱, 테니스, 농구 등 수 없이 많은 활동을 합니다. 대학 입시 지원서에는 단순히 활동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대회에 나갔고 수상 내역이 어떤지도 굉장한 가산점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에다가 단체로 하는 봉사활동, 컴퓨터나 락밴드 동아리 활동 등도 세심하게 봅니다. 그래서 미국 학생들은 정규 수업과정은 그냥 출석만 한다는 느낌이고 (그래도 숙제나 시험처럼 할 건 다 해야 합니다) 이런 방과 후 활동을 하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내신과 수능 공부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고, 대학입시 지원서의 또 다른 중요 항목인 추천서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해당 주의 주립대학교를 비교적 쉽게, 저렴한 학비로 입학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더 어린 중학교 때 유학을 가면 더 좋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영어 학습이 목적이라면 더 어릴때 보내는 것이 맞습니다만 대학 입시를 위해서라면 중학생 때 보내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한창 사춘기를 거쳐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라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유학가도 괜찮지만 영어 능력 습득은 어려울지도...
한국의 유학파 분들 중에 학부나 석사까지 한국에서 졸업하고 박사과정만 유학하신 분들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 한국인 대학원 아저씨 아줌마들을 많이 봐왔고 그분들이 종종 밥과 술도 사주셨는데 이제는 제가 그때 그분들 나이를 훌쩍 넘겼네요. 이런 케이스는 유학 오신 분들의 목적이 매우 명확합니다. 박사학위 (또는 석사학위) 취득입니다. 평균적으로 영어 능력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요. 한국에서 거의 평생을 살다가 미국으로 오셨고, 한국인들은 대부분 실전 영어는 취약한 것이 현실이니까요. 지도교수와의 소통이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언어에서 오는 어려움이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작은 뉘앙스나 문화 차이에서 오는 부분들에서도 오해가 쌓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아무래도 한국에서 오래 살던 분들이다 보니 문화적인 차이에서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타지에서 외로움도 많이 타고 한국 음식도 그립고, 영어를 못해서 전기세나 통신비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몇 번 겪다 보면 우울증이 밀려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대학원으로 유학 오신 분들은 학위 취득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보니까 잘 견디다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귀국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합니다. 단지 아쉬운 부분은 영어 능력은 발음이나 어휘 구사 등이 여전히 아쉬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론: 유학 자체는 워낙 다양해서 옳고 그르다는 없습니다. 다만 대학입시와 영어능력 두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고등학교부터 유학 오는 것이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일 효율적이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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